- 태아가 심정지 했어요.
유도분만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내 아기인데,
정말 조심하고, 또 그랬는데,
내가 품고 있던 아이가
한 순간에 그냥 멈췄어.
어떻게 하지?
지금 너무 슬퍼!
이 방의 모든 것들을 준비하면서
기다렸던 아이인데...
- 사람들이 그러더라. 괜찮을 거래.
그래? 나도 똑같이 13시간 진통하고 나았는데,
애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심정을
당신들이 알아?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괜찮게 보였나봐.
사람들이 그러더라. 괜찮을 거라고만 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정말 똑같이 13시간 진통하고 나았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애기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심정을
사람들이 알아?
그건 아니잖아.
그렇게 기다렸던 애기인데,
그냥 보내야 하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말이야.
나에게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알기는 하는 걸까?
- 애기 얼굴 보면 평생 못 잊을까봐
애기 얼굴도 못 봤어.
묻고 싶더라. 이게 정말 당신들 일이어도
괜찮을 건지!
또, 나는
내 애기의 얼굴도 보지도 못했어.
애기의 얼굴을 보면,
정말 평생 못 잊을까봐 애기 얼굴을 못 봤어.
내가 힘들게 낳은 애기인데도
얼굴을 볼 수 없는 그 심정을 또한
그들이 알까?
계속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나도 그들에게 묻고 싶었어.
나에게 일어난 일이
반대로 당신들에게 일어난 일이었어도
정말 괜찮을 수 있는 일이었는지 말이야?
- 자긴 괜찮아?
자기도 나처럼 미치겠어야 되잖아?
자기도 나처럼 화나야 되잖아?
어! 왜 하필 우리 사랑이야?
왜 하필 우리애기야?
자기는 어때? 괜찮아?
자기도 나처럼 미치겠어야 되는 거 아니야?
나처럼 화가 나야만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애기가 그렇게 된 일이
사람들에게 이야기거리가 되어야만 하는 거야?
어! 왜 하필 우리 사랑이야?
왜 하필 우리 애기야.
- 차라리 날 데려가지? 왜 우리....
괜찮으면 안 돼!
사랑이 대신 나를 데리고 가지...
사랑이... 대신 나를 데리고 가고
사랑이를 왜 데리고 가!
우리 애기...
사람들이 우리보고 괜찮다고 하면..
괜찮으면 안 돼!
그게 맞잖아.
- 1년이 지났는데, 조금도 나아지질 않아요.
여전히 아프고 화가 나요.
아저씨, 1년이 지났는데
조금도 괜찮아지지, 아니 나아지질 않아요.
여전히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질 않아요.
1년이 지났는데도...
- 다요? 그냥 다 화가 나요!
나는 여전히 미칠 거 같은데,
묵묵히 있는 그 일 보는 것도 화가 나고,
무엇보다 저한테 화가 나요.
뭐가 화가 나냐고요?
그냥 제 주변의 모든 것이 다 화가 나요.
그냥 다 화가 난다고요.
나는 우리 애기를 보낸 일이
생각만 해도 계속 미칠 것 같은데,
제 옆에 있는 그 이를 보면,
항상 묵묵히 아무말없이 보기만 하는
그 이를 보는 것도
화가 나고요.
무엇보다 저한테 화가 나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병원에서도 이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이야기를 들어도
그래도 화가 나요.
- 제가 그 아일 지켜주지 못한 거 같아서,
모든 게 제 잘못 같아서,
저한테 너무 화가 나요.
제가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만 같아서
모든 것이 제가 잘못한 것 같아서
혹시 제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에
그냥 저에게 가장 많이 화가 나요.
다 제 잘못으로 인해선가 싶어서.
- 1년째 항우울제 먹고 있는데, 제자리예요.
계속 제자리.
아저씨도 정신과 의사셨잖아요?
말 좀 해봐요.
약이요?
약은 잘 먹고는 있어요.
항우울제 약도 1년 동안 계속 먹고는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냥 제자리에요. 계속 그 자리에 있어요.
계속 생각을 해도,
나는 지금 그 때 그대로인 저라는 거에요.
아저씨, 아저씨 정신과 의사셨잖아요?
이야기 좀 해주세요.
- 어떻게 해야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건데요?
병원에서 주는 약도 먹고
언제 괜찮아지려나 생각을 해도,
왜 계속 제자리인 것인지?
어떻게 해야 예전처럼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건데요?
다른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요?
의사셨으니 아시지 않나요?
- 나아지지 않을지도 몰라!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채 평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어.
그래도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이렇게 1년이 가겠지!
정선아,
내가 의사였다고 해도,
지금 내 말이 너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해본다면
너가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나아지지 않을지도 몰라.
그냥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채 평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만 할 수도 있어.
그래도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너가 지금 그 이후 지내온 1년이 흘러간 것처럼
그렇게 1년이 지나가겠지!
- 살아질거야.
사람 목숨이 어찌나 질긴지!
결국 산 사람은 그렇게 살더라.
살아질 거라는 거야.
사람 목숨이 얼마나 질긴지!
사람들을 보면
결국 산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어 있더라.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의 삶이었던
그렇지 않든,
산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에
맞춰 살아가려고 하더라고.
- 박서방, 아이 그렇게 되고,
몇 달은 너 잘 때 숨은 쉬고 있는지,
확인 했대더라.
그 때 그 사람한테는 어쩌면
니가 이러다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아이를 잃은 슬픔보다 더 컸을 거야.
말을 하지 않는다고 아픔이 덜 한건 아니야.
이제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은데,
정선이 너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박서방, 아이 그렇게 되고 나서,
몇 달은 너가 잘 때 숨은 쉬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했다고 하더라.
내가 생각하기에는
박서방 그 사람에게는
아이를 잃은 것,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한 슬픔보다
니가 그냥 이렇게 있다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더 컸을 거야.
사람들이 모두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말을 하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다는 것도 아니고.
- 세상엔 그걸 밖으로 꺼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어.
단지, 이 세상에는
자신의 아픔이나 슬픔을 밖으로
표현을, 꺼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자신이 가진 생각, 아픔,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기는 하지만
그것을 안에서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
- 알아. 니가 누구보다 절실하게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어 했다는 거.
니 목숨을 내놓고 그 아일 세상으로 내 보낼 수 있었으면
니가 기꺼이 그렇게 했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알고 있어.
정선이 니가 누구보다
정말 절실하게, 간절하게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어 했다는 거.
그걸 꿈꿔왔다는 것도, 알아.
그래서 니 목숨을 내놓고 그 아일 세상으로
내 보낼 수 있었으면
너는 당연히,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고.
- 근데 너한텐 지켜야 할 게 남아있지 않니?
니들한텐 아직 기회가 있잖아!
하지만 지금 너한테는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을 생각하는 것만큼
너에겐 지켜야 할 것이 남아있다는 것.
그것도 너는 지금 알고 있어!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어 했던 것처럼
너에겐 지금 지켜야 하는 가족이 남아 있잖아.
그리고 니들한텐 아직 기회가 있잖아!
마지막이 아닌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 아기방 정선.
아저씨가 이야기했던 기회라는 거.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것일까?
기회가 있다면 다시 사랑이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일까?
또, 보통의 사람들처럼 다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도 말이야.
- 오늘부턴 여기서 자려고.
우리한테 아직 기회가 있는 거겠지!
다시 제대로 살 기회가 있는 거겠지!
오늘부터는 다시 여기서 자려고,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는 거겠지!
1년의 시간동안 제대로 하지 못하였던
그 삶의 기회가 다시 찾아오는 날이
우리에게도 오겠지.
지내다보면 언젠가 다시 사랑이가
우리에게 다시 찾아오는 날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 언젠간 너무 아프지 않게
저 방을 열 수 있는 날이 오는 거겠지?
그러면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너무 아프지 않게 저 방을 열 수 있는 날이
오는 거 맞겠지?
사랑이를 위해서 준비했던 저 방을
다시 열 수 있는 용기가 생겨
방을 다시 열 수 있는 날이 다시
우리에게 기회로 주어지는 그런 날이...
- 자기가 날 한번만 붙잡아줘?
자기가 날 한번만 붙잡아주면 안 될까?
그 기회라는 것이
당신이 날 잡아 이끌어주면
언젠가는 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되거든.
그러니 당신이 날 한번만 붙잡아줘?
- 차장님이랑은 어떻게 되시는 거예요?
두 분 헤어지시는 거예요?
두 분 헤어지시면, 우리 기회가 있을까요?
끝난 사이...
그래도 물어봐야겠어.
차장님이랑 어떻게 되시는 거예요?
우리 일로 두 분이 헤어지시는 거예요?
두 분 헤어지시면
그렇게 된다면 우리 둘에게
기회가 있는 걸까요?
- 죄송해요.
알아요. 제가 차장님한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건지!
근데 진심이었어요.
때리세요. 맞을게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알아요.
제가 한 일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차장님한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
나쁜 일을 한 것인지 알아요.
하지만 제 마음은 진심이었어요.
그러니 때리세요.
맞을게요.
- 유리 이야기 듣는 정선 표정
어쩔 수 없이 회사 내라서
마주치기는 했지만
이야기 듣고 싶지 않은데,
그냥 조용히 있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
얘는 지금 무슨 생각으로
지금 나에게 하는 거야!
이야기해봤자 좋은 말
들을 수 없는 게 뻔한데!
- 아니, 넌 몰라.
넌 그렇게 생각하고 싶겠지.
그간 힘들었으니까 그동안 충분히 어렵게 살았으니까
이정도 욕심은 내도 될 거라고.
그리고 안다고.
아니 너는 몰라!
넌 니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거겠지.
지금까지 너는 힘들게 살아왔고
또한 충분히 어렵게 살아왔으니까
이제는 자신에게 보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을지도 모르지.
자신에게 주고 싶은 보상.
그게 잘못한 일인지 알지만
그래도 너가 겪어온 일의 무게에 비하면
이 정도 욕심은 내도 될 것 같다고
그래서 이런 것이라고 말이지.
- 남들은 손가락질 할지 몰라도,
너한테는 운명 같은 사랑이었다고 얘기하고 싶겠지.
근데 잘 봐.
넌 다른 사람 인생을 통째로 망가트렸어.
너도 알기는 알고 있지.
너가 지금 벌인 일들이 세상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이는 일이라는 것쯤은.
남들은 손가락질 할지 몰라도,
너한테는 운명 같은 사랑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겠지!
너에게 찾아온 사랑이었다고.
그래서 괜찮은 것이라고 말이야.
근데 어쩌지? 너도 봐서 알지?
잘 봐봐.
넌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망가트렸어.
알아.
- 그 사람이 너 사랑하는 거 맞아?
니가 불쌍해서 동정하는 건 아니고
그리고 그 사람이 너 사랑하는 거 맞아?
사랑하는 게 맞는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랑이 아니라
부사장님 말씀으로 어쩔 수 없이
옆에서 도와주면서 불쌍해보여서
사랑이 아니라 동정하는 거 일수도 있지 않나?
- 상관없어요.
그래서 그 사람 옆에 있을 수 있으면,
그 사람 마음이 동정이어도 괜찮아요.
저도 그 사람이 아프니까
차장님은 모르세요.
그 사람 진짜 아픔이 뭔지!
차장님은 몰라요.
차장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던
저는 상관없어요.
어떻게 되었든 그 사람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그 사람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어도 괜찮아요.
그 사람을 보면 저도 모르게 아프니까...
차장님은 모르세요!
그 사람 진짜 아픔이 뭔지!
차장님은 몰라요.
- 정선이 표정
아프다고!
진짜 아픔이 뭔지!
모른다...
- 내 말도 들어주나?
혼자만 있고 싶은 심정이라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네...
근데, 너는 어린이가 아닌
내 말도 들어주나?
이야기는 하고 싶은데,
딱히 내 주변에는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너는 어린이의 말을 잘 들어준다기에 와봤는데
내 말도 들어주려나 해서...
내가 여기서 뭐라고 하는 건가?
- 소중한 걸 잃어버렸어.
... 사람, 아니 기억인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어.. 말을 하네.. 아직...
고민 있으면 이야기해보라고!
소중한 걸 잃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그래! 지금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걸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아.
뭐냐고!
나도 잘 모르겠네.
이야기한다면 소중한 것,
사람.... 아니면 기억을 이야기하는 건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는데,
사람이었든, 기억이었든,
내 마음이 이야기하기를
소중한 것이었다고는 하니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서 너에게라도 물어보면
괜찮을까 싶어서 왔는데,
지금 생각을 해봐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 잠깐 기다려봐.
됐어. 내가 미래에 갔다 왔거든.
미래에 가서 널 봤는데,
행복해보였어.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고 멋진 모습으로 있더라.
그러니까 걱정 마. 넌 반드시 행복해질 거야.
내가 보장할게.
기다려봐... (기다려...?!)
됐어!( 오래 기다린 건 아니지?)
너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미래에 갔다 왔거든.
미래에 가서 널 봤는데,
뭐라고 할까?
나는 기계라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본 너의 미래의 모습은
행복해보였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씩씩하고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너의 모습을 나는 보고 왔거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넌 반드시 행복해질 거야.
내가 미래에서 본 너의 모습은 확실한 거니까
내가 보장할게.
- 고마워.
미래...
행복해보였다...
씩씩하고 멋진 모습의 나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행복해질 거라고.
그래! 고마워.
말은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이야기하고 나니
좀 괜찮아 진 것도 같네.
그보다 행복해보였다는 내 미래의 모습이라.
빈말이라도 그렇게 이야기해주니
고마워.
- 이사님,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저희 팀 서열정리 좀 제대로 해주세요.
그래도 나차장님이 저희 팀 제일 선임인데
아까 부사장님이 유리씨한테 나차장님이
아랫사람이라고... 아무튼 신경 좀 써주세요.
이사님,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희 전담팀 서열정리 좀 제대로 해주세요.
나차장님이 저희 팀 내 제일 선임인데,
아까 부사장님이 유리씨한테
나차장님이 아랫사람....
(아무리 여기는 행사장이고,
가족의 일원으로 행사에 왔다고 해도,
엄연히 회사내의 일인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무튼 신경 좀 써주세요.
- 나정선입니다.
(인사팀 정인영이야. 발령나는 거
나차장이랑 얘기된거야?)
발령이요?
(... 나차장이 울산지점 식품관리팀으로 간다고 되어 있어서)
네...
(듣기로는 부사장 입김이라는데, 박이사가 부사장 수족인데
그럴 리가 있겠어... 하전무쪽인가?
전담팀 팀장으로 갈 줄 알았지?)
발령이요?
울산.. 식품관리팀...
이게 무슨 소리야?
네...
부사장 입김이 작용...
내가 울산으로 발령을... 그것도 갑자기...
혹 주말에 부사장내외에게 이야기했던 것 때문에...
- (근데 유리씨, 요즘 점점 예뻐지네요.
역시 어리면 달라.)
그가 보기에 나는 이제 예쁘지 않은 건가?
낮에... 강실장의 말...
유리가 점점 예뻐진다고.. 어리면 다르다는..
내가 이제는 예쁘게 보이지 않아서
그가 그렇게 된 것인가?
나 때문에..
나의 변한 것 같은 이 모습 때문에...
그런가?
- 이혼서류 보는 정선
협의이혼..서류...
이걸 준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아직은 아니야.
준비만 해두고
나중에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면..
아직은....
- 용건이 뭐야?
... 왜 그랬어? 왜 그랬니?
용건이 뭐야?
그 이후 이야기를 못했다고!
그래. 이야기 해보지.
왜 그랬어? 왜 그렇게 해야만 했니?
엄연히 가족이 있는데,
물론 가족이 우리 둘뿐이지만.
왜?
- 그래. 아이 그렇게 되고, 우리 힘들었어.
근데 고작 1년이야.
겨우 1년 힘들었다고 그걸 못 참아.
그래! 그렇게
기다렸던 아이가 그렇게 되고
우리 둘 힘들었어.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지내온 시간 1년...
고작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던 것 같은 1년을...
힘들었다고 그걸 못 참아.
나도 힘들기는 했지만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았던 1년을
정말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 고작 아니었어?
고작 1년이 아니었다고!
나도 아일 잃고 힘들었어.
나도 힘들 수 있잖아. 지칠 수 있잖아. 나도.
고작이 아니었어.
1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도 별거 아닌 시간이 아니었다고.
나도 아일 잃고 힘들었어.
당신이 아이를 잃었다고 힘들어했던 그 때
나도 그랬다고.
나도 힘들었다고! 지쳐있었다고.
그 1년이라는 시간동안 말이야.
- 그래서 바람을 피었다는 거야!
내가 당신을 지치게 해서.
힘들었어! 지쳤다고.
그래서 바람을 피었다는 거야.
내가 1년을 아이 때문에 힘들어할 때
당신은 힘들었고 지쳐서
바람을 피우게 되었다는 거야.
- 그냥 나도 쉽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거야.
기다렸어. 니가 괜찮아지길 기다린 게 아니야.
우리가 같이 그 일을 견뎌낼 수 있기를 기다린 거지.
그게 아니고
나도 쉽지 않았다는 거야.
기다렸어! 기다렸다고!
물론 니가 괜찮아지길 기다린 것이 아니야.
어찌되었든 그 일이 우리 모두의 일이니까
우리가 같이 그 일을 견뎌낼 수 있기를
기다린 거야.
같이 그 일을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해서 기다린 것이라고.
- 근데 그 땐 너한텐 내가 없었잖아.
나도 그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넌 거기 없었잖아.
근데 그 땐 너한테 내가 없었잖아.
나도 아이를 잃고 시간을 보내던 그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그 때 넌 거기 없었어.
내 옆에 없었다고!
- 니가 말을 했어야지.
지치면 지친다. 힘들면 힘들다
말을 했어야 알지.
니가 말을 했어야지.
지치면 지친다고 말을 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하고,
어떻게 되었든
나에게 말을 하려고 했어야지.
그래야 알지.
내가 아이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있던 때라고 해도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해보고 말을 해봤어야지.
- 니가 죽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해.
나까지 힘든 모습 보이면 다 같이
무너져 버릴 거 같은데 어떻게 하냐고.
니가 죽을 거 같은데, 어떻게 이야기를 해.
내가 볼 때는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거기에
나까지 지금 힘들다고, 지쳤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말이야.
그건 정말 다 같이 무너지는 것밖에는 할 게 없을 거 같은데
어떻게든 살아온 삶이 무너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하냐고!
- 웃기지 마.
넌 그냥 피한 거야.
부딪치기 싫으니까 그냥 외면한 거라고.
이야기를 어떻게 하냐고!
웃기지 마.
내가 볼 때 넌 그냥 피한 거야.
부딪치기 싫으니까
이야기를 한 후의 일이 어떻게 될지
미리 걱정을 해서
부딪치기 싫으니까 그냥 외면 한 거라고.
그냥 외면하면서 살아온 거.
- 당신 모르잖아.
내가 그 때 어땠는지!
나도 당장이라도 돌아버릴 것 같았는데
꾹꾹 누르고 하루하루 버틴 거라고.
당신 모르지 않나?
내가 그 때 정말 어떠하였는지?
나도 이야기를 당신에게 한 적이 없으니
그렇겠지만
나도 당신처럼 당장이라도 돌아버릴 것 같았는데
정말 힘들게 꾹꾹 누르고 하루하루
버틴 거라고 말이야.
- 그래서 나랑 사는 건 하루하루 버티는 거였는데,
그 여자를 만나니까 숨통이 트이고
살 거 같았니?
하루하루 버티며 살았다.
그래서 나랑 살아온 시간은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온 시간들이었고
그 여자를 만나 함께 있어보니까
너가 나와 같이 있을 때와는 다르게
숨통이 트이는 것 같고
살아 움직이는 거 같았니?
- 그럼 왜 다시 나한테 왔어?
나와 함께 있던 시간은 버티는 삶이었고
그 여자랑 있던 시간은 숨통이 트이는 삶이었으면
왜 나한테 왔어?
왜! 다시 나한테 왔어?
- 돌이키고 싶었으니까
나도 내가 미친놈인 거 아는데,
돌이킬 수만 있으면 그러고 싶었어.
내가 한번만 붙잡아달라고 할 때
그 기회를 붙잡고 싶었어.
돌이키고 싶었으니까
니가 지금은 어떻게 생각을 하든
나는 너에게 왔을 때
다시 돌이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나도 내가 미친놈이라는 거 아는데,
정말이지 돌이킬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어.
너도 기억하겠지만
그 때 너가 한번만 붙잡아달라고 할 때,
우리에게 기회가 있는 거냐고 하면서
그럴 때 그 기회를 붙잡고 싶었어.
- 너, 너 내가 붙잡아서 온 거니?
기회.. 붙잡고 싶었다...
너,... 너 내가 붙잡아서 온 거니?
만약 그 때 내가 너에게
기회가 있다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
붙잡아달라고 내가 이야기했던 거.
그 말 때문에...
나에게 온거라고...
그러면 만약에
내가 너에게 그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지냈다면...
너는...
- 넌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일이었어.
그래서 끝까지 지키고 싶었어.
그 사람은 그래, 내 인생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어.
근데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사람이 아팠어.
너가 어떻게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선이 너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일이었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선물 같은 거였어.
그래서 어떻게 되었든 끝까지 지키고 싶었어.
너와의 시간은 꼭 지키고 싶었어.
이 말은 너가 어떻게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그래,
너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이고 선물 같은 거였다면
그 사람은 내 인생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내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그런 일.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 사람을 보면 아팠어.
그래서 그렇게 되었어.
- 너 그 여자 진짜 사랑이었구나!
그럼 나는... 나는 사랑이 아니야.
아팠어!
이 사람... 지금 나와 그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
너 그 여자 진짜 사랑이었구나!
그 여자를 보면 아팠다고 생각하는 거 보면
진짜 사랑이었구나!
그 여자가 진짜 사랑이었으면
그럼 나는...
너와 함께 지내왔던 나는...
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에서의 나는...
사랑이 아니었어.
- 나가! 제발 가!
그런 거 아니라고 해도 말을 해도
너가 지금 나에게 보여준 말과 느낌이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
나가!
제발 가!
- 아직 인거지!
너 아직도 그 여자 사랑하는 거지!
아직 인거지!
끝난 것이 아니지?
너 아직도 그 여자 사랑하는 거지!
지금 내가 너에게 느껴지는 것은
너 아직 그 여자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그렇지?
- 혼자 남은 정선
미안하다...
왜 이렇게 슬플까?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왜 이렇게 허망한 생각이 들까?
슬프기만 하고 아무 생각 안 드네.
이제 이렇게 되는 게 맞는 순서였던 것일까?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정말 끝내야 하는 때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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