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가 좋았다.
문득 처음 그를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났다.
내가 처음 이 팀에 들어왔을 때 본 그.
내가 회사에서 지켜본 그는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꼭 해야 하는 말만 하는
그런 사람.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좋았다.
- (억울하지 않아요? 정선씨가 잘못한 거 아니잖아요.)
억울해요. 아깐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올려고 하더라고요.
전단지 인쇄가 잘못 된,
물론 나는 전달한 것 뿐이지만,
옆에 그가 억울하지 않냐 물어본다.
그에게는 말을 해도 될 듯 싶은데, 해보자.
억울해요. 아깐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올려고 하더군요.
팀장님께 혼날 때는 억울한 마음이 가득하기는 했어요.
- 제가 변명해봤자 여직원들은 자기 일에 책임감도 없고
변명하기 바쁘다고 하셨을 거예요.
김팀장님 여자직원들 싫어하는 거 익히 들어서 알고 있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면 제가 변명해봤자,
여직원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는
책임감 없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변명하기 바쁘다고 하셨을 거 같아서요.
아, 김팀장님, 제가 여기 부서로 옮겨오기 전에
여자 직원들 싫어하는 거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거든요.
그냥 그런가보다 해야죠.
- 과정이야 어쨌든 지금은 제 담당이니까
제가 책임져야 할 일 맞잖아요.
잘잘못은 일을 해결한 다음에 따져도 늦지 않고요.
처음 시작이야 어떻게 되었든,
이 일이 지금은 제 담당이니 제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잖아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잘잘못은
지금 일을 해결한 다음에 생각하고 따져도 늦지 않을 거 같고요.
지금은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일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 저 지금 좀 괜찮았죠. 저한테 지금 반한 거 같은데. 맞죠?
그냥 내 생각을 이야기한 것인데,
옆에 대리님이 나를 보네.
저 지금 좀 괜찮았죠.
(대리님, 제가 느끼기에) 저한테 지금 반한 거 같은데,
맞죠. 반한 거?
- 자기, 어디야?
회식장소에서 택시를 타고 따라왔는데,
그가 호텔에서 내렸다.
그를 찾아야 한다. 우선 전화를 해봐야지.
어... 저기... 보인다.
자기, 어디야?
- 그럼, 부사장님이랑 아직까지 같이 있는 거야?
내가 지금 호텔에 와 있는 걸 봤는데,
그가 회식장소의 부사장님과 같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부사장님, 따로 들어가신 것을 봤는데,
호텔에서 내 전화를 받으면서 거짓말을 한다.
그럼, 부사장님이랑 아직까지 같이 있는 거야?
먼저 자라며 이제 들어온다고 이야기하며
내가 지금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그가 나를 봤다.
나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우선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갈 수는 없어.
- 설명해줘. 지금 이 상황.
설마, 정말 여자야?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나에게 설명을 해줘.
(왜 당신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호텔에 왜 왔는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설명을 해봐.)
설마, 정말 여자야?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으... 정말 여자 때문인 거야.)
- 아니라고 하면 믿을게.
믿을 테니까 그냥 아니라고 해.
우선 말을 들어야한다. 뭐라고 하든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아니라고 하면 믿을게.
... 제발 아니라고 해....
(정선아..)
믿을 테니까 그냥 아니라고 해.
(아니라고 하라고. 그게 어려워.)
- (끝났어)
끝났어.
끝났다.
지금 고개를 조금 움직이면서 말을 했어.
근데, ‘끝났어’라는 말이라.
내가 아니라고 말을 하라고 했지.
끝났다는 말을 들으려고 여기 온 것은 아닌데,
끝이 났다. 아닌 것이 아니라 끝이 났다는 말.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끝났다.
그러면 여자인 것은 맞는 건가?
지금은 이 이상은 같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
어렵겠어.
- 집에 가야겠어. 집에 가야겠다고.
더 이상 앉아있기가 너무 싫다.
집에 가야겠어.
자꾸 이름을 왜 불러?
지금은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무엇을 하든 들어오지도 않아.
방금 내가 집에 가야겠다고 분명 이야기했는데,
왜 이름을 불러?
지금 내가 이야기를 계속 들을 기분이 아니라는 건
지금 날 보면 알 것 같은데,
나는 지금 집에 가야겠다고.
-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날 다 떠나는 걸까요?
그 사람은 안 떠날거라고 믿었는데,
... 그러니까요? 왜 그랬을까요?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날 다 떠나는 걸까요?
지금까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나를 떠나려고만 하는 걸까요?
지금 여기 오면서도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왜 그런 것일까요? 왜?
그 사람만은 나를 안 떠날 것이라고 믿었는데,
지금까지 나를 떠났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 사람만은 나를 안 떠날 것이라고 믿었는데,
왜 그러는 것일까요?
사람... 갈매기...
... 그러니까요?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요?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되고 어려운 것이었을까요?
왜 그랬을까요?
- 그 사람이 다른 여자 만난다는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고 미칠 거 같은데,
안 죽는다... 그럴까요?
제가 생각하는 것은 지금 다른 것들보다
그 사람이 나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거에요.
지금 생각만 해도 지금 숨 쉬는 것이 턱하고 막히고
미칠 거 같다는 생각이, 느낌이 많이 드는데,
제가 이상한 걸까요?
이런 느낌이라면 말이죠.
- 아. 차라리 보지 말걸. 굳이 거길 따라가서
.... 무서워요. 그이를 잃을까봐.
어떡하죠? 아저씨, 어떡해요.
그냥 차라리 보지 말걸 그랬어요.
그냥 따라가지만 않았어도
지금 제가 하는 생각과 느낌은
내 안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그러면 지금의 마음 같지는 않았을 것인데 말이지요.
썩은 고름은 터지게 되어있어.
아저씨, 그건 그렇다고 해도,
지금 제가 생각하는 것.
지금뿐이 아니라 앞으로의 일들,
무엇이 되었든 무서워요.
그이를 잃게 될까봐.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에게는 지금 이게 가장 크게 느껴지네요.
- 지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당분간 서재에서 지내. 회사에서 티내지 말자.
생각을 정리한다고 밖에 갔다 왔는데도
다시 봐도... 잘 모르겠다.
지금은 당신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에게 좋은 것인지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어.
그렇다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어.
그러니 당분간 서재에서 지내.
회사에서 (우리가 이런 거) 티내지 말자.
-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내 사랑은 특별하다고,
부서진 조각의 금을 매울 수 있을 만큼
나의 사랑은 특별하다고.
한 번 갈라진 금은 결국 더 큰 균열을 가져온다는
사실도 모르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 내가 사랑하는 것 모두에게 보이는 내 사랑.
정말 특별한 사랑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거 같다.
예전에는 정말 무엇이 되었든
내 사랑은 조금 부서진 조각의 금이라도
매울 수 있을 만큼 내가 보여주는 사랑은
정말 특별하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랑이 특별하다고 완전할 줄 알았던 그 사랑으로도
한 번 갈라진 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더 큰 균열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모른다기보다는 내 자신 스스로가
매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큰 것이 아닐까?
사실 아니었는데 말이다.
- 왜 그랬어? 대체 언제, 얼마나 된 거야?
정작 이야기를 좀 하려고 마주 앉기는 했지만
하기 싫어지기는 하네.
그렇다고 그냥 생각만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
그래도 물어는 봐야 편해지려나?
이것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물어보는 봐야겠어.
왜 그랬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왜 당신이 그런 것일까
잘 모르겠더라. 나는.)
대체 언제, 얼마나 된 거야.
(전에 당신이 호텔에서 끝났다고는 했지만
나에게 끝난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왜 언제부터, 그랬는지가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거야.
나 모르게 대체 언제부터 얼마나 된 것인지가 중요하다.)
- 이제 와서 내 생각해주는 척하는 거야?
그럴 거면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 땠어야지.
사고... 알아봤자 아프다고...
이미 알아버렸는데. 지금에야 알아봤자 아프다고만 말하는 건 뭔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내가 지금 물어봐서.. 그런 건가?
이제 와서 내 생각해주는 척하는 거야?
내 생각할 시간이 있기는 했나?
했으면 아예 그러지 말아야지.
지금에야 내 생각을 해주는 척 하는 건 정말 뭐지?
내 생각을 해주는 거.
지금 당신은 내가 생각할 때, 잘못 말한 거 같아.
내 생각을 했다면 처음 호텔에서부터 말하라고 할 때,
끝까지 아니라고 말을 했어야 했어.
내가 그 때 아니라고 하면 믿을 것이니까
아니라고 말하라고 하지 않았나?
지금 이럴 거면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 땠어야했어.
당신은.
- 내가 아는 사람이야?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당신도, 그 여자도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럴려고 했었다..... 기만....
내가 아는 사람이야?
.... 아니라고....
하... 회사 사람이나 주변에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은 생각이 안나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냥 생각나는 것이 단 하나다. 지금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당신도, 그 여자도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당신이 이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하든
나는 지금은 상관 안 해.
딱 내 심정이 그렇다는 거야.
물론 지금 내 마음이 어떠할지, 내 생각이 뭔지
당신은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 이미 잃었어.
자격없는 거... 죽을 때까지 사죄...
한번 기회를 달라고...
날 이렇게 잃을 수는 없다고...
당신이 지금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내가 그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리고 그 후, 내가 보인 행동이나 말,
지금 당신에게 한 말을 통해서도
당신도 알 수 있을거 같은데.
내가 지금 어떠한 심정인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요즘 지냈는지?
지금 당신이 날 잃을 수는 없다고 말하였지만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이거 하나야.
시간이 좀 지나거나 하면 모를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거 하나.
(당신은 날) 이미 잃었어.
- 나 잠깐 나갔다올게.
대행사 미팅이 내일...
미나는 미팅이 없는데 있다며 나가고..
뭐지? 어떻게 하지?
혹시... 둘이...
안되겠어. 불안해하는 것보다는
그냥 따라가 봐야겠어.
나 잠깐 나갔다올게.
- 다들 자기 십자가가 있는 거겠지.
내가 부럽다.
자기는 엉망이라고 하네...
미나가 볼 때는 그렇게 보이나?
지금의 내가 일하는 것이.
뭐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지금의 나는
미나에게 말을 해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닌 듯 싶다.
지금의 내 기분이나 상황이 할 수 없게끔 만드는 것 같기도 하기에
그냥 말을 한다면
다들 각자 자신이 가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있는 것이겠지.
그것이 일적인 면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집에서의 것이든
다 자기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할,
자신의 삶에서 책임져야 할 것들을
십자가로 표현을 해 말한다고 할까?
- 묻고 싶은 게 있어.
다 끝났다고 했지.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내가 알아야 할 게 남아있어.
아직 내가 더 무너질 일이 남았는지 묻는 거야.
나도 여기까지 오는 거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여기 온 거야.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여기 왔어.
전에 나에게 다 끝났다고 했지.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고도.
그래도 물어보는 건데, 내가 알아야 할 게 남아있어.
전에 호텔에서 당신을 본 이후로
당신이 이야기했던 것들 이외에 남은 것이 있는지?
당신도 아마 그 날 이후,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옆에서 봐서 알겠지.
하루하루가 무너진 것 같은 나날들이었다는 거.
그래도 참으면서 지금까지 그냥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거.
다시 물을게.
아직 내가 더 무너질 일이 남았는지 묻는 거야.
- 그래야 할 거야.
그땐 내가 자길 용서할 수 없을 테니까.
죽을 때까지 얘기 하지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
나도 그럴 테니까
지금 당신이 없다고 했어.
그래야 할 거야.
만약에 이번처럼 무너질 일이 생긴다면
그 때는 내가 자길 용서할 수 없을 테니까.
만약 어떤 일이 있든,
이번 일이든, 이번과 비슷한 무엇이든
있다면 만약에.
정말 죽을 때까지 얘기하지 마.
그냥 보통의 날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
나도 똑같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니까.
그냥 아무 일도 아닌 것,
그냥 보통의 날들을 살아가는 것처럼.
- 자길 용서하도록 노력해볼 생각이야.
가능할진 모르겠어.
죽을 만큼 힘이 들겠지.
몇 번이나 지옥에 다녀올지도 몰라.
그래도 해볼 생각이야.
마지막으로 자길 믿어볼게.
지금부터 자길 용서하도록 노력해볼 생각이야.
물론 용서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할진 모르겠어. 정말 말 그대로
노력해볼 생각인 거니까.
아마도 죽을 만큼 힘이 들겠지.
알게 된 이상 용서한다는 것,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번 한번은 해볼 생각이야.
물론 몇 번이나 지옥에 다녀올지도 모르지.
용서하기 위해서 지옥을 다녀와야 한다면
가능하다면, 해볼 생각이야.
지금은 그래야 내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래서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자길 믿어볼게.
- 다신 날 배신하지 마.
내가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예전처럼 살아가는 것.
금방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물론 믿어보려고, 용서하도록 노력하고 하겠지만
당신도 날 다시는 배신하지 마.
오늘 이후로 다시는 배신하지 마.
'장나라 드라마 Diary > VIP'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P.리뷰] VIP 06. 빨간 약, 파란 약 (0) | 2019.11.20 |
---|---|
[VIP.리뷰] VIP 05. 문 밖의 진실 (0) | 2019.11.19 |
[VIP.리뷰] VIP 04. 아주 사적인 고백과 거짓말 (0) | 2019.11.08 |
[VIP.리뷰] VIP 02. 그녀들에겐 비밀이 있다 (0) | 2019.11.03 |
[VIP.리뷰] VIP 01. 우아한 세계 (0) | 2019.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