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으로 인해 마음이 엉킬 때가 있다.
그 때 우린 시간이 약이 돼 줄 거란 자만으로 외면하고 방치할게 아니라
엉킨 마음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엉킨 실타래가 어느 날 눈덩이처럼 풀어나 우린 삼켜버리기 전에.
반도와 나... 둘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것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나나 반도나 따지고 보면 잘못한 것은 없다.
상황이 우리를 이렇게 끌고 오게 한 것이니...
내가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아니 그 전부터,
반도에 대하는 기분이 좋지 않은 것.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것이 오래 갈 정도의 일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그냥 시간이 약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지내온 것일지도 모른다.
보통 시간 속에 묻혀 지내다보면 그것이 무엇이든
희미해지는 것이라고들 하니,
우리도 그냥 시간에 맡겨 겉으로만 무덤덤하게 살아간 것이 아니었을까?
만약 우리 둘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 대화의 시간이 있어서
하나하나 마음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면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이게 되었던 이혼이라는 울타리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야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누가 나 지켜 달래? 날 지켜줄게 아니라 그냥 옆에 있었어야지.
날 먹여 살릴려고 하지 말고, 나랑 같이 먹을려고 했어야지.
내가 울면 같이 울고, 같이 슬퍼했어야지.
오늘 반도가 찾아왔다.
박원장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는지...
항상 내가 필요할 때 옆에 없었다는 말을 하며
그렇게 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 힘없이 이야기하며
이제야 내가 왜 불행하다고 하였는지 이해가 된다고 한다. 반도가...
항상 옆에서 지켜주었다고 생각을 해왔다는데... 자신은...
반도야,
난 너에게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어.
날 지켜달라고... 내가 원했던 것은
나에게 뭘 해주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옆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고
나와 함께 옆에서 먹어주었으면 하는
함께 눈물 흘리며 슬퍼할 수 있는 그거면 되었는데,
내가 본 너의 모습은
물론 겉모습만 본 것이지만,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
내가 너를 지금 필요로 한다는 감정을
너는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래서 너는 그냥 내 주변만 맴돌고 있구나.
생각을 했었다.
너의 그 웃는 모습에 가려진 것들을....
-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 안에서 잊혀지지가 않아.
니 잘못 아니라는 거 알아.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도 알아.
그래서 원망이 자꾸 기어 올라올 때마다 누르고, 누르고 참았어.
근데 그런 나한테 왜 그렇게 가벼웠니?
내 슬픔이 하찮아지게. 매번 왜 그렇게 가벼웠어.
그 때부터야 우리가 삐걱거린 거?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거나 하지를 않고
그냥 가슴안에 담아주게 되더라.
물론 그 때 반도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도 알아.
내가 선택한 일이기도 하기에...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그게
니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계속 원망만 하게 되더라.
결국엔 마지막에 엄마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자식이 되어버려서.
그냥 있기에는 너무 힘들었었다.
내가 사랑하는 너이기에 원망을 한다고 해도
나도 최대한 참고, 또 참아왔었어.
내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내 모습과는 달리
넌 슬픔은 보이지 않고 내 앞에서 웃는 모습만 보여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슬픔이 너에겐 가볍게 느껴지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래서 그 때부터 우리의 일상이 엇나가기 시작한 거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 나 좀 들여다봐주지? 나 좀 안아주지? 나랑 좀 울어주지?
반도야,
너도 아까 우리 집 앞에서 장모님 보고 싶었다고 울었던 것처럼,
지금이 아닌 그 때,
내가 잘 이겨내고 있는지 봐주고,
내 옆에서 힘내라고 안아주고,
내가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쌓여 있을 때는
나와 함께 옆에서 울어주는 것.
그렇게 내 옆에서 함께 해주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지금에 와서야 다 소용없는 일이 된 것 같지만.
- 웃게 해주고 싶었어.
너랑 장모님한테 너무 미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너 울게 하고 싶지가 않았어.
웃게 해주고 싶었어.
그냥 웃게.
진주야, 나는 너를 웃게 해주고 싶었어.
너랑 장모님한테 미안해서... 너에게 장모님의 마지막 길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잘못한 일이고, 미안한 일이고 해서
슬픔에 잠겨 살아가는 너의 모습을 보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지만 정작 생각나는 것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더라.
생각해보면 직업적인 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것, 영업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기분을 풀어주고
웃게 해주어야 일을 할 수 있었던 나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너가
계속 슬퍼하는 모습만 보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
너를 어떻게든 난 상관없이,
웃게 해주고 싶었어.
비록 슬프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웃음이 너에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울게 하고 싶지는 않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슬퍼지기는 하지만
나까지 슬픔에 잠겨 살아가면
너의 웃는 모습을 영영 볼 수 없을 거 같았어.
그래서
나는 장모님 장례식 후,
나는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진주 너가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너에게 줄 것이라고
그게 무엇이 되었든
그냥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웃으며 지낼 수 있도록.
하루에 잠시 동안의 시간이라도
나를 통해서 웃음을 지울 수 있다면 상관이 없다고.
- 친엄마든 누구든 쥐고 있으니까 진짜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을 못 보는 거지.
진주야,
원래 사람들은 익숙하면 잘 못 본다.
그 선배도 아마 그럴거야.
친엄마든, 새 엄마든 주변에 함께 있고, 자신과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니까 그 중에서
누가 진짜 자신을 옆에서 챙겨주는 이인지를
못보는 거지.
그 선배뿐이 아니라 사람들도 다 같아.
친엄마든, 새엄마든 다 자신에겐 이유야 어찌되었든
항상 옆에 있는 존재이니까 그게 좀 멀리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그거지.
우리는 모두 누구나 한명쯤은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단지, 그게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를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못보는 것일 뿐이란다.
- 엄마가 있었음 사는 게 좀 쉬웠을까?....
쉬운 게 어딨니? 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는 거지.
엄마, 엄마에게 말은 못하지만
엄마가 있었음 사는 게 좀 쉬었을까?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 때도 지금처럼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삶을 살아가는데 내가 이미 겪었던 그 때보다
더 쉽게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게 되었을까?
엄마에게 힘들어서 많이 의지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은 하지만.
엄마의 존재 그 자체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쉬워졌을까 그게 지금 궁금하기는 하네.
진주야,
너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니? 세상에 쉬운 건 없어.
다 사람들이 노력해서 하나씩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가는 것이지. 그게 다 쉬운 건 아니야.
세상의 모든 일이 쉽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마도 다른 일들을 통해서 실수도 하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터득한 경험에서
오는 것일 거야.
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세상을 배워나가는 것.
그게 우리들이라는 거다.
엄마도 그렇고 진주 너도 그렇고.
- 나 무시하지 말아요. 나도 사람이야.
내가 먹고 산다고 빌빌대고 있으니까 당신도 내가 개만도 못해보이지.
나도 사람이라고. 개가 아니라. 여기서 더 어떻게 하라고. 나보고.
나 진짜 힘들어. 나 무시하지마... 나 진짜 노력해... 노력한다고...
오늘 엄마와 산책을 갔다오면서,
술에 취한 분이 슬프게 소리치며 말하는 걸 보았다.
왜 듣는데 자꾸 눈물이 날까?
저 분 이야기가 생각해보면
반도가 나에게 했던 말과 비슷한데,
반도도 지금 저 분과 같은 마음이었던 것일까?
가족을 위해 정말 죽을만큼 노력하는데,
세상의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주지 못하고
그저 개처럼 일만하는 존재로만 취급당하며 살아온....
저분이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서 결과를 보이려고 해도
그게 생각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을 때,
반도도 그런 상황이었을 때가 있었겠지.
반도가 나에게 전화로 했던 말들도,
저 분과 같은 심정에서 했던 것이었던 것일까?
내가 내 슬픔과 힘들다는 감정에 빠져
반도가 가지고 있는 슬픔이나 감정은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자신도 힘들었으면서...
저런 모습을 나에겐 숨긴 채 나를 위해서
반도가 노력하였던 것들을 왜 보지 못하였던 것일까?
저분을 보니 이제
반도가 했던 말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너무 늦었을지 모르는 지금에야.
- 엄마, 나 아무한테나 시집 안 보낼 거지.
내가 하고 싶다고 때 써도 엄마가 고를 거지.
.... 때 쓴다고 아무한테나 보내. 진짜 괜찮은 놈 골라서 보낼 거야.
너 안 울릴 놈으로....
엄마, 나 아무한테나 시집 안보낼꺼죠.
엄마가 내가 고집 부려도 엄마가 고를거지...
진주야,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한 걸 물어.
때 쓴다고 아무한테나 보내게. 그건 아니지.
정말 괜찮은 놈 골라서 보내줄거야.
너 안 울릴 놈으로다가.. 내가...
(너 안 울릴 놈으로.....)
어.. 엄마의 말을 듣는 순간,
반도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냥 웃게 해주고 싶다는 말.
포도상자를 들고 찾아와 하였던 말과 함께
반도는 슬픔에 빠져 살아가던
나를 웃게 해주려고 노력하였던 순간들.
난 그저 그것이 내 슬픔이
반도에게 전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였지만,
이제 생각이 난다.
반도도 슬픔에 빠져 살아가고 있었으나
자신의 슬픔보다
내가 가진 슬픔을 더 힘들어했었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그렇게 나에게 행동하였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게 된 것일까? 왜?
- 너 지금 어디야? 나 울고 있잖아. 또 혼자 울어?
울지마. 내가 갈게. 거기 있어.
반도야, 너 어디야? 나 울고 있잖아.
또 혼자 울어?
반도야, 미안해.....
내가 지금에야 너에 대해 알게 된 거 같은
이 마음...
항상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고
내가 무엇을 하든 다 받아주었던
항상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서
살아온 당신,
그걸 왜 지금에야 알게 된 것일까?
정말 익숙함에 또 당연하게 여겨온 것이기에
반도, 너가 내 옆에서 해주었던
모든 것들이
너 자신도 나만큼 힘들었던 순간에도
나만을 위한 너의 배려이자 위로였다는 것을
왜 이제 알게 된 것일까?
반도야, 빨리와.
이젠 혼자 울고 싶지 않아.
- 최반도.... 여보... 일어나.. 안돼...
횡단보도에 있다가 아이가 차도로 공을 잡으러 가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를 감싸고 그냥 서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누군가 나를 밀어냈다.
보니 반도였다.
대신 그가 사고가 났다.
바로 그에게 달려갔다...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최반도...
그를 흔들며 이름을 부른다.
반도야, 여보... 일어나...
안돼...
나.. 이제 당신을 알게 되었는데,
당신이 나에게 어떤 존재이었는지 알게 되었는데,
여보.... 일어나... 안돼....
음...(진주야....)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달려오다가 너가 차도 위에 있는 거 보고
다칠 거 같아 그대로 밀쳐냈는데...
너만 괜찮으면 돼.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진주야...
근데,
또 울고 있네....
널 웃게 해준다고 했는데...
울지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다시 널 울리게 되었네...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을 때나,
우리가 데이트할 때나
결혼식 때도
그 후 서진이가 태어날 때도
다 중요하였지만,
너의 미소, 웃음이 나에게는
소중한 기억이었는데,
내가 바라본 너의 미소, 웃음.
그리고
서진이 태어날 때 약속한 것이 있는데,
서진이 평생 아빠가 지켜준다고 했던
그 말.
지금 생각이 난다.
그걸 지켜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우선 진주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한데,
서진이와의 약속 지킬 수 있을까?
(여보.... 일어나.... 안돼....)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우린 지금 이 곳에 있지 않아도 되었을까?
서로의 익숙함과 당연시 여겨온
우리들의 시간과 삶에서
노력을 하면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들을
과거로 온 이후에야
지금 알게 된 것들을
우리가 여기 과거로 오기 전에
알게 되었더라면 우리는 오지 않았을까?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과
그 시간 안에서 조금씩이라도
서로를 위해 대화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던 순간들이 있었다면
나와 반도....
둘은 시간을 거슬러
20살이라는 과거의 시간으로 오지 않아도
되었을까 싶은 생각이 지금에야 든다.
- 너 그거 아냐? 뭐?
여행은 다시 돌아가야 여행이다.
진주야,
먼저 출발했으면서 지금오냐?
강릉여행은 어땠어.
숨돌릴 수 있는 시간은 되었어.
우리가 언제 여행을 갔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이렇게 여행을 갔다 올 수 있다는 것.
생각해보면,
우리가 여기 온 것도 여행인 것 같다.
잠깐... 여행... 휴가...
(그런거 같네... 스펙터클하긴 하지만...)
또... 우리가
지내고 있는 이 시간이
여행을 온 것이라면
여행은 또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야.
그래야 여행이 되는 것이지.
되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그게 지금 우리의 상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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